AI 영상제작과 시장의 방향성
AI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는 AI가 모든 산업 분야에서 미래를 주도할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며, 더 나아가 국가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전 세계가 디지털 전환기를 겪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던 것처럼, 이제는 AI 기술 수준이 산업과 경제의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AI 트랜스포메이션(AX)을 통해 각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AI 시장 확장
AI는 콘텐츠, 커머스, 금융,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서 눈에 띄는 성공 사례를 쌓아가며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AI 경쟁 역시 단순한 업무 자동화에서 벗어나 최종 소비자(end user)를 목표로 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수익 창출 가능한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성과 경쟁의 흐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AI 기술은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생성 등에서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해 왔으며, 기술이 정교해지고 품질이 높아질수록 산업적 기대감 또한 커져 갔다. 특히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이러한 열기는 더욱 강해졌다. 실제로 생성형 AI 채택 이후 AI 관련 투자는 이전 대비 약 7배나 증가했으며, 구글 검색량 역시 700% 이상 급증하였다.
AI 시장
생성형 AI가 촉진한 AI 시장의 급성장은 눈부셨지만, 최근 들어 그 열기가 다소 진정된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단기간 내 놀라운 기술력을 선보이며 빠르게 성장해 온 AI였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그 배경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물가 상황에 더해, 지난 7월 미국 실업률이 4.3%로 상승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된 데서 기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것으로 보이며,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AI 관련 투자 과열 및 AI 버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생성형 AI 열풍을 타고 투자 유치가 비교적 수월했으나, 투자 대비 뚜렷한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한 비즈니스 사례들이 늘며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 또한 AI 기술이 분명 가치 있는 진보임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기대감과 평가로 인해 과도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2000년대 초 IT 버블을 연상케 한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현재 글로벌 벤처 캐피털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AI와 머신러닝 스타트업에 집중되어 있는데, 뚜렷한 수익 모델 없이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결국 투자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의 불안정한 시장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엔비디아는 46일 동안 약 2조 4천억 달러 규모의 주가 변동성을 겪었으며, 이는 AI 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실제 성과 간의 괴리로 인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AI 비즈니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에서 예상치를 초과하는 수익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한편, 생성형 AI를 주도한 오픈 AI 역시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 테크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 AI의 가치는 천억 달러로 평가받지만, 올해 매출은 40억 달러에 그치는 반면 손실은 50억 달러(약 6조 8,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오픈 AI의 장기적인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확보 가능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국내 IT 기업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2년 60.4%에서 2024년 55.9%로 하락이 예상되는 반면, 구글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9.2%에서 35.6%로 상승할 전망이다. 게다가 카카오톡은 작년부터 유튜브에 밀리며 차트 1위 자리를 내주었고, 국내외 AI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AI 영상의 가능성
AI 기술 발전과 생성형 콘텐츠의 부상은 이러한 배경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 산업에서는 영상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에 AI를 적용하며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 두바이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 AI 영화제(AIFF)에 한국 권한슬 감독의 단편 영화 <원 모어 펌킨>이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해당 작품은 대상을 비롯해 관객상까지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초청작 10편 중 유일한 동아시아 작품이었던 <원 모어 펌킨>은 한국의 AI 영상 제작 역량을 세계에 과시함과 동시에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국내 영상미디어 산업에 신산업 영역 개척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원 모어 펌킨>은 한국 노부부가 200세를 넘게 장수한다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아낸 판타지 호러 장르로, 한국적인 이미지와 서구적인 핼러윈 문화를 결합해 몽환적이고 신선한 비주얼을 선보였다. 러닝타임이 단 3분에 불과하지만,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만 처리해 제작 기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작품 제작에는 단 5일이 소요되었고, 무료 AI 오픈소스를 활용해 사실상 비용 부담 없이 완성되었다.
최근 권한슬 감독은 후속작 <포임 오브 둠>을 선보이며 또 한 단계 진화된 생성형 AI 기술력을 발휘했다. 이 작품은 총 5분 30초 길이로, 10개 이상의 최신 AI 기술을 조합해 단 5명의 인원으로 2주 만에 제작되었다. 음악까지 모두 AI가 작곡 및 보컬로 구현한 점은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권 감독은 생성형 AI 영상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의 대표로 활동하며 자체 특허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의 요수아 벤지오 교수가 설립한 세계 최대 딥러닝 연구소 밀라(Mila)와 파트너십을 맺고, 영상과 오디오를 동시에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AI 기술을 연구 중이다.
AI연출과 영상제작
AI 기술이 주도하는 영상 제작의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AI 연출'이다. AI를 활용한 영상 제작은 시간과 비용에서 기존 방식에 비해 혁신적인 효율성을 자랑하며, 적은 자원으로도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모든 제작 과정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협업과 수정, 보완 작업이 비교적 유연하게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프롬프트 작성이 핵심이다. 프롬프트는 영상 제작의 청사진과도 같아서 배경, 등장인물, 스토리라인 등 시나리오의 모든 요소를 얼마나 섬세하고 체계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지가 AI 영상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특히 AI 휴먼 캐릭터는 가상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의 표정과 행동이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곧 감정 전달력과 현실감을 좌우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 대사 전달력, 그리고 시각적인 완성도까지 모두 프롬프트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AI 기반 영상 제작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프롬프트 작성 능력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생생하고 입체적인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연출력이 필요하다. 결국, AI 프롬프트를 얼마나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의 품질이 결정된다.
앞으로 AI 기술과 창작의 조화 속에서, 프롬프트 작성을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매끄러운 영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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